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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 밀양 가르멜 수녀원 미사 강론-2014년 5월 14일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문규현  | 2014·05·26 22:46 | HIT : 3,533 | VOTE : 503

 

<2014년 5월 14일(수),

성 마티아 사도 축일-밀양 가르멜 수녀원 미사 강론>

고 이치우 어르신,
반 년 째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는 고 유한숙 어르신을 기억합니다.

밀양은 이미 세월호 이전의 세월호였습니다.

세월호 참극으로 희생된 이들과 가족들,
아직도 바다에 있는 실종자들을 기억합니다.

밀양도, 세월호도, 강정도 모두,
성장논리와 돈 중독에 빠진 이 사회가 만든 비극입니다.

가치와 책임, 공존의 의무를 저버린 탐욕의 그물망이 누구보다도,
이 사회의 가장 여리고 순한 이들을 희생제물로 삼고 있습니다.

무고한 시골 노인들, 아직 피어나지 못한 어린 양들,
오래도록 자기 고향과 공동체를 지켜온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더 괴롭고, 그래서 더 슬프고 참담합니다.

세월호에 희생된 한 학생의 부모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네가 있을 때는 가난해도 행복했는데, 네가 떠난 지금 이제는 가난만 남았다."

성모성월이고 가정의 달이건만,
여전히 십자가에 못 박힌 아들을 바라보는 슬픈 어머니들,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들을 끌어안고 애끓는 어머니들의 비탄 속에 잠겨 있습니다.

오늘은 마티아 사도 축일입니다.
마티아 사도는 유다의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유다는 이해타산과 경제논리를 앞세워 스승 예수와 동료 제자들을 배신했습니다.

세월호 참극으로 상징되는 이 시대는
이대로 유다의 삶을 살 것인지,
마티아 사도의 삶을 살 것인지 결단과 선택을 요구합니다.

돈이 아닌 생명을, 안주가 아닌 안전을,
무관심과 외면을 넘어서는 돌봄과 나눔의 제자들이 되는 것 외엔
다른 답도, 다른 길도 없습니다.

그래야 또 다른 억울한 죽음들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것만이 침몰하는 배에서 우리 모두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고,
그것만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받아들이며
그 사랑 안에 머물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 그리고 전 세계가 침몰 중인 거대한 세월호입니다.

자본과 탐욕의 횡포가 극에 달한 세상을 보며 교종 프란치스코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자"고 간절히 호소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궁극의 계명인 '사랑'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그분은 우리를 친구, 벗이라 하셨습니다.
벗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배가 침몰하는 참극의 마지막 순간에도
벗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은 이야기들을 전해 듣습니다.

서로를 걱정하고, 구명조끼를 내어주고,
죽을 것을 알면서도 다시 배로 돌아가 다른 이들을 구하다
끝내 나오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 여리고 가난한 이들이 보여준 가장 강하고 위대한 이야기에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시는 그리스도의 얼굴을 뵙습니다.

밀양 촌로들, 강정 사람들, 또 여기 가르멜 수녀님들은
탐욕스럽고 어지러운 이 세상에서, 깊고 깊은 어둠 속에서
벗을 위하여, 사랑의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하여,
마지막 생명과 구원의 줄을 혼신을 다해 붙잡아 주고 계십니다.

무고하고 억울한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유족들의 고통이 진정으로 위로받으려면,
공동체가 치유되고 회복되려면,
온 사회가 근본부터 새로나기를 거듭해야 합니다.

오래도록 길게 가야 할, 지난한 여정입니다.

우리는 다만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최종 응답과 결실, 구원의 신비는 오직 하느님께 맡겨드립니다.

이 여정 속에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맛보고, 그 사랑 안에 머물 수 있으므로,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쓰이든,
그로써 감사하고,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이 깊디깊은 사랑의 여정,
벗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 숭고한 여정에
저희를 불러주신 그리스도를 찬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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