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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일 2002/03/17 18:59:03
○ 성명서 ○
명동성당은 피난해온 이들을 밖으로 내쳐서는 안됩니다
"교만한 자들이 꾸민 일을 흩으며, 권세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며,
보잘것 없는 이들을 높이며, 배고픈 사람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는...."(루까 1;51-52)
지난 3월 16일자 보도에 의하면 명동성당측은 최근 발전노조 집행부 및 노조원들에게 `17일 오후 1시까지 성당에서 떠나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고, 만일 노조원들이 성당에서 철수하지 않을 경우 사목회원들과 일부 신도들이 `실력행사'(?)도 불사한다는 방침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같은 보도가 사실이 아니길 바랍니다.
성당은 분명 집회 및 시위의 장소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더 이상 갈곳이 없는 이들이 성당을 찾아온 것에 대해, 바로 성당문 밖에만 나서면 구속이 예상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치권력의 협박과 공갈에 굴복하여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이 교회전통과 사순절을 맞는 신앙의 자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공권력은 마음만 먹으면 이곳 명동성당도 짓밟을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10일 조계사에서 발생한 경찰의 폭력적인 법당난입 사건이 바로 비근한 예입니다. '발전소 민영화 반대'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다가, 결국 성역에 보호받고자 조계사에 모인 노동자들이 불과 몇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경내 곳곳에서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에 의해 끌려갔고,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을 끌어낸다는 명목으로 경찰이 군홧발로 법당에 난입하여 폭력을 휘두르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치권력의 본질입니다.
이는 현정부가 이곳 명동성당을 두려워하여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회적 약자들의 벗이고 피난처가 되셨던 그리스도의 정신과 양심의 호소를 짓밟는 것이 더 큰 부담이 되기에 공권력을 투입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명동성당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주장하기 이전에 십자가를 지고 자신을 따르라 하셨던 복음정신처럼 가난하고 묶이고 억눌린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해야 합니다.
명동성당측은 농성자들을 향해서만 목소리를 키울 것이 아니라 경찰력에 의존하여 신자와 명동성당을 자유롭게 오가지 못하게 하는 공권력의 부당함에 자신의 주장을 내세워야 합니다. 노조원들이 해고와 구속을 각오하고 주장하는 "민영화 반대"는 바로 우리 민족의 경제를 지켜내느냐 못하느냐를 구분짓는 경계선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분명히 말합니다.
명동성당측은 어떠한 명분이라도 공권력 투입의 빌미를 주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발전산업과 노조에 대한 의견이 무르익고 사회 원로들이 중재기구를 제안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상황에서 명동성당에 공권력 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스스로 자초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만일 명동성당측이 스스로 성역임을 부정하고 공권력을 유도하는 행위를 할 경우 교회사의 오점을 남기는 그 책임에 대해 준엄한 역사의 심판장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20002년 3월 17일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서울노동사목, 광명노동사목만남의집, 부평노동사목새날의집, 부천노동사목새날의집, 주안노동사목새날의집, 전주노동사목가톨릭노동자센터, 익산노동사목노동자의 집, 군산노동사목노동자의집, 부산노동사목노동상담소, 진주노동사목노동상담소, 마산노동사목가톨릭노동상담소, 대구노동사목나눔의집)·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작은형제회정의평화환경위원회·한국프란치스코가족수도회정의평화환경위원회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정의평화환경위원회·한국여자수도회장상연합사회사목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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